MANIP
메뉴판을 읽을 때도 책 읽는 방향으로 시선 이동
JCLEE
2012. 5. 3. 14:39


한 남자가 음식점을 들어와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를 급하게 펼쳐들었다. 음식점 주인은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맛있고, 제일 비싸고, 이윤이 많이 남는 음식을 메뉴 오른쪽 페이지 윗부분에 굵은 글씨체로 표시했다. 그러나 손님이 주문한 음식은 주인의 예상과 전혀 다른 메뉴. 주인은 주문을 받으면서도 '문제가 뭐지, 왜 우리 주력 음식을 고르지 않은거야?'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다.
음식 업계 종사자들은 메뉴판의 오른쪽 윗부분을 ‘스윗스팟’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메뉴판을 볼 때 가장 오랫동안 시선이 머무르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 이 부분을 잘 공략하면 큰 이윤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실험 결과 메뉴판의 스윗스팟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손님들은 메뉴판을 책을 읽는 방향으로 읽었으며, 특별히 시선이 오래 머무르는 곳도 발견되지 않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주립대 호텔서비스및관광학과 시빌 양 교수팀은 적외선 시선 추적기를 사용해 실험한 결과, 사람들은 메뉴를 볼 때 마치 책을 읽는 것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다고 ‘호텔 경영 관리(Hospitality Management)’ 2월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두 페이지로 된 가짜 메뉴판을 만든 뒤 25명의 실험 참가자에게 보여줬다. 실험 참가자의 눈에는 적외선 시선 추적기를 달아 메뉴의 어떤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보는지 측정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메뉴를 볼 때 스윗스팟으로 알려진 부분을 오래 쳐다보지 않았다. 다른 부분보다 특별히 오랫동안 시선이 멈추는 구간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
양 교수는 “스윗스팟 이론에 따르면 손님은 메뉴판을 펼친 뒤 바로 오른쪽 페이지를 봐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왼쪽 위부터 차례로 메뉴판을 봤다”며 “많은 참가자들은 마치 책을 읽는 것과 같은 방향인 위에서 아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메뉴판을 읽어나갔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메뉴판의 디자인은 식당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음식업 종사자들은 1~2%의 마진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메뉴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요식업 마케팅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